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 부과에 강력히 대응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메타(META), 알파벳(GOOGL) 등 미국의 대형 기술 기업들이 보복 조치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EU를 향한 부당한 관세에는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노동자, 기업, 소비자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EU는 하나로 대응할 것"이라며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 갈등의 심화를 우려했다.
EU가 고려하는 대응책 중 하나는 2023년 도입된 '반강제 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ACI)'로, 기존의 보복 관세를 넘어 서비스 무역 제한, 지식재산권 관련 제재, 외국인 직접 투자(FDI) 제한 등의 강력한 수단을 포함하고 있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특히 위협이 될 수 있다.
과거 EU는 2018년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도입했을 때 할리데이비슨(HOG) 오토바이, 청바지, 버번위스키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ACI가 가동되면 기술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어 금융시장에서는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역 갈등이 궁극적으로 양측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숄츠 총리는 "관세와 보복 조치가 오가는 무역 전쟁은 결국 양측 모두의 번영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알파벳(GOOGL)에 대해 '완만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향후 주가가 현재보다 15%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EU의 대응 방식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