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초기 성공을 거두면 해외 시장 진출을 당연한 수순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로벌 확장은 단순히 매출 증대의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자생력과 조직 역량을 시험하는 거대한 도전이다. 로만 엘로시빌리(XData Group CEO)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확장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기 확장은 오히려 실패를 초래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에스토니아에 본사를 둔 자사의 스타트업이 아르메니아와 스페인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과정을 돌아보며, “지리적 확장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필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매출 증대를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거나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등 다른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관된 제품-시장 적합성 확보, 자동화된 내부 운영 프로세스, 그리고 확장을 위한 여유 자금이라는 세 가지 ‘준비 조건’ 없이는 진출 시기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조건들을 충족한 기업이라면, 진출 전략 수립 단계에서 현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지 시장의 문화, 소비 패턴, 가격 민감도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컨설턴트를 고용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그는 “기존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이 통할 것이라는 착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제품의 가치 제안도 지역별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장 진출 초기에는 조직 내 인력 배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핵심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 시장에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누구나 조금씩 담당하는 식’의 접근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크기, 규제 수준, 경쟁자 규모, 수익 회수 기간 등 종합적인 시장 타당성 조사를 선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로만 엘로시빌리는 글로벌 확장이 높은 위험과 비용을 요구하는 만큼, 감정적 판단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확장은 단기간에 성과가 보장되지 않으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장은 오히려 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장을 향한 열망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본능적인 욕구지만, 그만큼 균형 잡힌 판단과 준비가 요구된다. 해외 진출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며, 기업의 본질과 조직 능력이 충분히 다졌을 때 비로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