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수전 ‘부활’… 구글, 46조 원에 위즈 인수 추진

| 김민준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오히려 활기가 감지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 M&A는 인수 금액 기준으로 2021년 이후 가장 강세를 보이며 약 710억 달러(약 102조 2,400억 원)에 이르렀다.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50건을 기록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소폭 줄었다.

이번 분기 최대 규모의 거래는 구글(GOOGL)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로, 거래금액이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최종 체결될 경우, 이는 단일 비상장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이외에도 소프트뱅크의 암페어 컴퓨팅 인수,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그룹의 모더나이징 메디슨 인수, 서비스나우의 무브웍스 인수, 코어위브의 웨이츠앤바이어시스 인수 등 총 12건의 거래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넘는 대형 딜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의 M&A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관련 거래 건수는 81건으로, 작년 1분기와 마지막 분기 모두 대비 33% 가량 증가했다. 이는 기업들이 AI 기술력을 빠르게 흡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빗에쿼티(PE) 운용사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PE가 비상장 벤처기업 인수에 투입한 누적 금액은 공개된 거래 기준으로만 560억 달러(약 80조 6,400억 원)를 넘었으며,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에도 PE가 인수한 스타트업 수는 22곳에 이르며, 이 중 금액이 공개된 3건의 거래만으로도 83억 달러(약 11조 9,500억 원)에 달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의 모더나이징 메디슨 지분 인수, 베인 캐피털의 헬스에지 인수, CBRE가 인수한 인더스트리어스 거래가 있었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만 423건 이상 벤처 및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이 동종 회사에 매각됐다. 대부분의 거래 금액은 비공개지만, 11억 달러(약 15조 8,400억 원)에 이르는 스트라이프의 파이낸스 스타트업 브릿지 인수를 비롯해 알파센스의 테구스 인수, 렛츠겟체크드의 트루필 인수 등이 공개 거래로 확인됐다.

이처럼 M&A 시장이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정책과 무역 관세 등 불확실한 변수들이 부각되면서 시장 내 의사결정에 혼선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YL벤처스 오퍼 슈라이버 파트너는 “현재와 같은 시장 불안 및 밸류에이션 변동성 속에서는 주요 인수 주체인 상장 전략기업들이 선뜻 M&A에 나서기 어렵다”며, “결국 M&A도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민감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인수와 PE 자금의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리와 정책 변수 등이 다시 M&A 시장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