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TF는 규제인가 해방인가 – 가두리 속의 비트코인

| 권성민 기자

비트코인이 제도권의 문턱을 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홍콩과 일본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거나 검토 중이며, 한국도 이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5년 하반기 중 암호화폐 ETF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TF는 투자자에게는 접근성과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비트코인의 본질인 탈중앙성과 검열 저항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운용사와 금융당국의 관리 아래 놓인 ETF는 비트코인을 전통 금융 시스템의 틀 안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지닌 자유로운 거래와 분산된 네트워크의 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한국의 경우, 암호화폐 ETF 도입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세부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중앙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화폐로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누구도 중단시킬 수 없는 시스템이다. ETF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비트코인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는 있지만, 그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비트코인의 본질과 시장 간 균형을 재설계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 제도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ETF는 비트코인의 문을 제도권 안으로 열었지만, 동시에 그 자유를 틀 안에 가두고 있다. 한국이 준비 중인 ETF 역시 그러하다. 우리 금융 당국과 시장은 이 흐름을 단순히 수익의 기회로만 보아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금융 시스템을 우리가 선택하고 유지해갈 것인가 하는 보다 본질적인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