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유동성이 정체된 와중에도 거대 성장 펀드를 조성하는 벤처캐피털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피터 틸(Peter Thiel)이 이끄는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약 6,6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후속 성장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파운더스 펀드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를 통해 총 46억 달러(약 6조 6,240억 원)의 성장 펀드 ‘파운더스 펀드 그로스 III’ 조성 완료 사실을 공개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0억 달러 수준으로 예측됐던 이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하면서 그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벤처캐피털은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에어비앤비(Airbnb), 팔란티어(PLTR), 스트라이프(Stripe)와 같은 테크 유니콘에 초기부터 베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방산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파운더스 펀드는 샌즈 캐피털 벤처스(Sands Capital Ventures)와 함께 캘리포니아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의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 규모 시리즈 F 라운드를 이끌었고, 안두릴의 기업 가치는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에 도달했다.
이번 대규모 펀드 조성은 IPO 시장의 침체와 불투명한 인수·합병(M&A) 환경, 그리고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성장 펀드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파운더스 펀드의 전략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파운더스 펀드는 올해 들어서만 신생 기업 20곳에 투자했으며, 이는 크런치베이스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지난해 말 에너지 기술 스타트업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Crusoe Energy Systems)에 투자한 6억 달러(약 8,640억 원) 규모 라운드가 있다. 해당 투자로 크루소의 기업 가치는 28억 달러(약 4조 원)로 평가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펀드 조성을 두고 디지털 자산과 인공지능, 그리고 신흥 방위산업 기술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거액 펀딩이 성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운더스 펀드처럼 유망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자금 운용 능력이 중요한 차별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