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벤처시장에서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총 10건의 대형 투자 라운드가 발표됐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배터리 기반 에너지 스타트업인 베이스 파워(Base Power)로, 단일 라운드로는 보기 드문 2억 달러(약 2,88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베이스 파워는 전기가 저렴할 때만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설계된 가정용 백업 전력 시스템을 공급한다. 2023년 설립 이후 이번 투자로 누적 투자액은 2억6,800만 달러(약 3,860억 원)에 달했다. 리드 투자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애디션(Addition)이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이 융합한 기술로 주목받은 캐리스 라이프 사이언스(Caris Life Sciences)도 1억6,800만 달러(약 2,420억 원)의 성장 자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AI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분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신약을 설계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19억 달러(약 2조7,360억 원)에 이른다.
메리다 바이오사이언스(Merida Biosciences)는 이번 주 설립과 동시에 1억2,100만 달러(약 1,74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해당 기업은 자가면역과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병적인 항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베인 캐피탈, BVF, 서드록 벤처스가 공동으로 투자했다.
디지털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리스케일(Rescale)은 시리즈 D 라운드에서 1억1,500만 달러(약 1,660억 원)를 끌어모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AI를 결합해 엔지니어링 모델링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보유한 이 샌프란시스코 기업에는 엔비디아(NVDA), 어플라이드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누로(Nuro)는 시리즈 E 라운드를 통해 1억600만 달러(약 1,520억 원)를 유치했으나, 기업가치는 60억 달러로 이전 라운드보다 크게 낮아졌다. 누로는 기존의 소형 배송차량 전략에서 물류·운송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외에도 방산 스타트업 암카(Amca)가 7,650만 달러(약 1,100억 원), 긴급 구조용 드론 업체 브링크 드론스(Brinc Drones)와 급여 액세스 핀테크 레인(Rain)이 각각 7,500만 달러(약 1,080억 원), 클라우드 기반 DB 플랫폼을 제공하는 테셀(Tessell)이 6,000만 달러(약 860억 원)를 확보했다. 광학 스위치 반도체 스타트업 엔아이시스템즈(nEye Systems)도 5,800만 달러(약 840억 원)를 조달했으며, 캐피탈 G(CapitalG)가 이를 주도했다.
이번 주 글로벌 최대 거래는 캐나다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테일스케일(Tailscale)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1억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에 성공하며 15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집계는 4월 5일부터 11일까지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공식 등록된 미국 소재 스타트업의 투자 라운드를 기준으로 분석됐다. 다소 조용한 한 주였지만, 에너지, 바이오, AI 등 핵심 산업군에서 여전히 굵직한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