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존 전략, '풀타임 고용' 아닌 'COR'로 간다

| 김민준 기자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빠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라 *현금 소진(cash burn)* 때문이다. 특히 창업 초기 기업들이 조직을 확장하며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비용 부담이 큰 전일제 고용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창업자들은 글로벌 인력 고용을 위한 대안으로 EOR(Employee of Record · 고용 대행사) 서비스를 활용하지만, 이는 오히려 비용과 속도, 효율 측면에서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멀로(Mellow)의 창업자 파벨 쉰카렌코(Pavel Shynkarenko)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핵심 과제로 업무 효율성과 속도, 비용 절감을 꼽으며, 이 세 가지 모두에서 EOR 모델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EOR을 통한 고용은 심각한 시간 지연과 통제력 부족,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불러오며, 특히 급변하는 인공지능 중심 시장 환경에서 더 이상 스타트업에게 ‘기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OR이 안고 있는 문제는 명확하다. 채용 과정에 시간과 행정 절차가 많이 걸려 속도가 느리고, 고용국가에 법인이 없는 상태라면 지식재산권이나 고용 조건에 대한 통제권도 제한된다. 브라질이나 스페인처럼 고용자 친화적인 국가에서는 해고 시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소송 리스크가 임금과 별도로 발생한다. 여기에 월평균 $599(약 86만 원)에 달하는 서비스 사용료까지 더해지면, 손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된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쉰카렌코는 EOR 대신 ‘계약직 관리 서비스’ 혹은 ‘COR(Contractor of Record)’ 모델을 제시한다. 이 방식은 즉시 온보딩이 가능하고, 계약 유연성이 크며, 월 $39~$70(약 5만 6,000~10만 원) 수준으로 비용 또한 대폭 절감된다. 특히 단기 프로젝트나 빠른 인력 교체가 필요한 환경에서 더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EOR이 전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풀타임 고용과 복지 혜택을 반드시 요구하는 인재를 확보하려거나, 핵심 인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자 할 때, 혹은 단기적으로 현지 법인 설립이 어려운 국가에서 직원 배치를 고려할 경우에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상당수 상황에서는 COR가 더 합리적이다.

풀타임 고용만이 팀 빌딩의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스타트업은 진짜로 ‘현명한 확장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특히 시드 및 시리즈 A 단계 기업이라면, 유연성과 속도, 비용 절감을 아우르는 COR 모델이 생존 확률을 높이고, 자금 소진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고 전환이야말로 스타트업의 생사 갈림길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