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 美 게임 판매 1위…콘솔 시장은 '빙하기'

| 김민준 기자

올해 3월 미국 게임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Assassin’s Creed: Shadows)'였다. 출시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휘말렸던 이 작품은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의 데이터에 따르면 단숨에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섀도우즈'는 2025년 연간 누적 판매 2위에도 올랐다.

그러나 '섀도우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는 어두웠다. 3월 미국 비디오 게임 산업의 전체 매출은 46억 8,900만 달러(약 6조 7,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특히 콘솔 하드웨어 판매는 25% 급감하며, 지난 201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억 6,000만 달러(약 4,120억 원)를 기록했다. 서카나의 게임 담당 책임자 매트 피스카텔라(Mat Piscatella)는 "현재까지 엑스박스 시리즈의 75%, 플레이스테이션 5의 50%가 디지털 전용 모델"이라며 이같은 소비 행태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판매 부진은 비단 지난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에도 하드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하며 이미 하향세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콘솔 판매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이른바 ‘기저효과’도 작용하고 있지만, 2년 연속 하락세는 차세대 콘솔 주기의 침체를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2025년 연초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총 비디오 게임 판매액은 137억 900만 달러(약 19조 8,600억 원)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9% 줄었다. 콘텐츠 매출은 123억 1,000만 달러(약 17조 7,300억 원)로 7% 감소했고, 액세서리 매출은 16% 줄어든 6억 5,200만 달러(약 9,40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콘솔용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가 12%, 비모바일 구독 서비스 매출이 11% 증가하며 부분적으론 성장세를 보였다.

3월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총 7개의 신작이 차트에 진입하며 올 들어 가장 활발한 신작 출시가 이뤄졌다. 'MLB 더 쇼 25', 'WWE 2K25', '블리치: 리버스 오브 소울즈', 리마스터된 '수오코덴 I & II HD' 등이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X'의 리마스터 버전은 닌텐도 위유 전용으로 출시됐던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물리 패키지 매출만으로 순위에 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는 유비소프트(Ubisoft)가 올해 초 185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향후 전략 재검토를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의미 있는 성과다. 이 게임의 성공은 유비소프트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올 3월 텐센트가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투자한 핵심 게임 사업 부문(어쌔신 크리드, 파 크라이, 레인보우 식스)을 뒷받침할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2025년 누적 판매 순위에서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는 전체 2위를 기록하며 장기적인 흥행 가능성을 드러냈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 '킹덤 컴: 딜리버런스 II'와 더불어 'MLB 더 쇼 25'와 'WWE 2K25'도 연간 판매 10위권에 진입했다. '분열된 픽션(Split Fiction)'과 같은 신작들도 이전 작품들의 명성을 발판삼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IP 파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게임 산업 전반은 하드웨어 부문의 지속적인 하락과 콘텐츠 매출의 정체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강력한 프랜차이즈와 새로운 IP의 흥행 가능성이 일부 회복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이 전체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