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사들 실적 비상… 사우스웨스트·아메리칸, 국내선 수요 급감에 연간 가이던스 철회

| 김민준 기자

국내선 수요 급감이 미국 주요 항공사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사우스웨스트(LUV), 아메리칸(AAL), 알래스카(ALK)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2025년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하며 매출 둔화 압력을 인정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밥 조던 최고경영자(CEO)는 2월부터 나타난 수요 감소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CNBC에 출연해 “이 정도 속도의 수요 급감은 처음”이라며 “요금 정책 변화보다는 거시경제 불안이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던 CEO는 특히 소비자들이 최근 관세 부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세가 향후 내수 소비를 선반영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항공 역시 실적 발표와 함께 2025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일반석 중심의 국내선과 비교사이트를 활용한 온라인 예약 채널에서 매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존슨 전략총괄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들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보류하고 경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이 수요가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알래스카항공도 당분간 올해 연간 전망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나이티드(UAL)와 델타(DAL)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며 경기 불확실성을 반영한 실적 전망 조정에 나섰다. 특히 델타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미국 소비자들이 사실상 경기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가 실질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프리미엄 좌석이나 국제선, 즉 고소득층을 겨냥한 항공권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시장은 가격 부담보다 서비스 가치에 주목하는 수요층이 주를 이루며, 유나이티드와 델타 등은 해당 부문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내수 비중이 특히 높은 사업 구조 특성상 타격이 더 크다. 이에 회사는 2025~26년 매출 계획 자체를 철회하는 한편, 공급 좌석 수까지 감축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일수록 향후 경기 경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관세와 소비심리 등 외부 요인이 항공업계에 구조적 전환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