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90일 무역시한'…글로벌 협상 시계 초비상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상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고, 여기에 추가로 57개 국가·지역에 상호주의 성격의 맞춤형 관세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그는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오는 7월 9일까지 그 대상국들과 협상을 마무리해야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일본과 인도와의 협상에서 일정 부분 진전을 봤다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 어떤 나라도 공식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70개국 이상이 협상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지만, 타임라인을 감안하면 향후 매 영업일마다 한 건 이상의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모든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유례없는 속도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무역협정은 체결까지 평균 18개월이 걸리고, 발효까지 추가로 45일이 소요된다는 게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락의 분석이다.

슬락은 복잡한 무역 협상을 몇 달 안에 끝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의 관세 유예는 실질적으로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금융시장에는 충격이 확산 중이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실업 증가,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는 1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수입 장벽을 높였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내 공급망 문제도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백악관이 동시에 90개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슬락은 코로나19 초기와 유사한 글로벌 교역 정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소비재 품귀 현상, 관광 감소, 물가 상승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단호한 통상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향후 몇 주가 미국의 대외 경제 전략과 국내 소비자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