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첫 3,500달러 돌파…트럼프發 연준 압박에 안전자산 쏠림

| 김민준 기자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약 504만 원)를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이를 미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이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22일 새벽(현지시간) 현재 금 선물 가격은 3,470달러(약 500만 원)선에서 거래되며 고점을 유지 중이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0차례 이상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무역 및 통화정책 언급이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파월 의장을 향한 반복적인 비판은 정치권이 연준 정책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며, 글로벌 경제 안정성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금값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중이다. UBS는 당초 제시했던 12개월 목표가 3,500달러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밝히며, 이는 중국발 수요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주요 보험사들의 금 매수를 허용하며, 전 세계 금 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도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할수록 금에 대한 상대적 매력은 커진다. 이날 기준 미국 달러 인덱스는 98.38로 하락하며 최근 고점인 99.38에서 크게 밀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에 따라 금리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화의 매도세를 더욱 자극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정치적 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금융정책의 중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런 시기 투자자들이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매우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금 가격은 경기 둔화, 통화 긴축 우려, 지정학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최근 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의 갈등이 결정적이었다는 데 시장의 시선이 집중된다. 금이 단기적으로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으나, 정치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상승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