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정조준에 금융시장 ‘흔들’…달러 3년만에 최저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금융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월요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그 여파로 미 달러화는 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주요 증시 지수는 2% 이상 급락했다.

시장 불안의 본질은 단순한 금리 전망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그 신뢰 기반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의 수석 전략가 테미스토클리스 피오타키스는 “현 상황은 단순한 정치적 언쟁을 넘어, 달러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협이 되는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이미 촉발된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흐름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에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파월 의장을 ‘완전한 패배자’라고 지칭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만큼 “지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에도 그는 파월의 해임이 “늦어질 이유가 없다”고 밝혀, 연준 의장 퇴진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실제로 파월 의장 해임에 나설 경우, 사안은 미 대법원까지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BMO 캐피털마켓의 금리 전략가 이안 링겐은 “경제전망 자체가 이미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연준 의장 해임 시도는 미국 자산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국채도 매도세에 휘말렸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임명했지만, 이후 잦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2019년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보다 파월이 더 큰 적이라는 발언까지 나왔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파월을 실제로 해임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임기에서는 독립 기관 수장의 교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연준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와 CBS 뉴스에 따르면, 스콧 베센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해임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진영의 경제 자문인 케빈 해셋은 “백악관이 해당 사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중립성과 통화정책의 신뢰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근간이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적 압박은 이러한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인 시장 충격을 넘어서 미달러의 위상과 정책 대응 역량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연준의 독립성은 건드려선 안 될 '레드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