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고,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장중 30% 가까운 연초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금값은 한때 3% 급등한 3,430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중 20회 이상 새로운 신고가를 경신한 셈이다.
시장 불안의 직접적인 기폭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를 사전에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파월 의장이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통제와 고용 유지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작용이다. 트럼프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월의 ‘즉각적인 해임’을 언급하며 연준의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중국 상무부가 “미국과 체결한 협정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다국적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타이밍이 금값 상승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세 불안에 따라 금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 강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10억 달러(약 30조 2,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돼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유입액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40% 이상이 올해 최고 실적 자산으로 금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과 채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정책 리스크와 연준 정책 사이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 금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하며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제 수장이 연준 수장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초유의 상황은 금 투자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