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신에 달러 추락…금값 '사상 최고' 돌파

| 김민준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월요일 장 초반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시사하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까지 언급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미 달러 지수(DXY)는 97.92까지 하락해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4월 초 포괄적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부터 달러는 약 5%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같은 날 미 증시와 국채시장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방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목요일에는 파월 의장에 대해 “해임 시점이 빨리 올수록 좋다”고 발언했고, 금요일엔 백악관 수석 경제고문 케빈 해셋이 “의장 교체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언급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직접 임명한 파월 의장의 공식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시장 불안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관세 충돌, Fed와의 불화, 독립성 침해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이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자산으로 꼽힌다. 연초 이후 약 30% 급등한 금 가격은 월요일 장중 온스당 3,440달러(약 496만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반면 국채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마저 외면하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4.42%까지 뛰었다가 오후 들어 소폭 하락해 4.39%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 수익률인 4.33%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채권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안정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 구축 위에 성립된 체계”라며 “중앙은행에 대한 trust는 수십 년에 걸쳐 쌓이지만, 이를 잃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도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사실상 지금 미국엔 인플레이션이 없다”며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다시 촉구했다. 하지만 Fed 측은 오는 5월 7일 예정된 정책회의 전까지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들이 성장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Fed는 보다 명확한 데이터를 먼저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달러 약세는 단기적인 통화정책이나 환율 이슈를 넘어, 대통령과 중앙은행의 갈등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이를 반영하듯 ‘금’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는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불신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