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57조 유치에 벤처시장 급반등…글로벌 투자 162조 찍었다

| 김민준 기자

세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2025년 1분기 들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분기 전 세계 벤처 투자 규모는 1,130억 달러(약 162조 원)에 이르며, 이는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강력한 실적이다. 이 중 3분의 1이 오픈AI(OpenAI)의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에 집중되면서 수치가 대폭 상승했다.

오픈AI는 해당 자금 조달로 인해 3,000억 달러(약 432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현재 비상장 스타트업 중 스페이스X(SpaceX)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 유치가 없었다면 글로벌 벤처 자금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분기 대비 감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에서의 투자 규모 증가는 오로지 오픈AI 덕분이라는 이야기다.

1분기 동안 후기 단계 스타트업은 투자금 유입이 형성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후기 단계 투자금은 전 분기 대비 30%, 전년 대비로는 무려 147% 증가해 810억 달러(약 116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초기 단계 투자는 240억 달러(약 34조 5,000억 원)로 최저 수준을 경신했고, 시드 단계 투자도 14% 하락한 72억 달러(약 10조 3,000억 원)에 머물렀다.

AI 분야는 여전히 전 세계 스타트업의 핵심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분기에만 60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 이상이 AI 관련 기업에 투자됐으며, 이는 전체 VC 투자금 중 53%에 해당한다. 특히 오픈AI처럼 초거대 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AI 부문은 계속해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미 지역 투자 동향을 보면, 오픈AI를 포함해 대형 투자유치가 집중되면서 전체 투자금이 820억 달러(약 118조 원)로 급증했고, 이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어, 소수 대규모 딜 위주의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북미는 글로벌 VC 투자의 73%를 점유하며, 전년 같은 분기의 59%에서 크게 확대됐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오랜만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전체 M&A 거래 금액은 710억 달러(약 102조 2,000억 원)로 2021년 이후 최고치였고, 건수는 총 550건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구글(GOOG)이 320억 달러(약 46조 원)에 사이버보안 유니콘 위즈(Wiz)를 인수하려는 계획은 성사된다면 민간 기업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앰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 모더나이징 메디슨(Modernizing Medicine), 무브웍스(Moveworks), 웨이츠 앤 바이아시스(Weights & Biases) 등 유수 스타트업이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아시아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전체 벤처 투자액은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로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아시아 시장은 미·중 간 기술 갈등과 중국 내 경기 침체가 맞물려 투자금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65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유럽 또한 정체 양상을 보이며 126억 달러(약 18조 1,000억 원) 수준에서 머물렀고, 글로벌 투자 비중도 11%로 하락했다.

라틴아메리카는 다소 명암이 엇갈렸다. 전체 투자금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35% 감소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1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가 강세를 보이며, 4억 3,500만 달러(약 6,200억 원)가 이 단계에서 유입됐다. 금융 서비스, 특히 핀테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이후 전망은 안갯속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미공개 기업공개(IPO) 일정 지연 현상, 경기 침체 우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대중 무역 규제는 기술기반 스타트업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하는 AI 스타트업들은 공급망 압력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꺾이지는 않았지만, 오픈AI 같은 거대 기업들이 향후에도 막대한 자금 유치를 이어가려면 실질적인 성장성과 사업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제 단순 기술력보다는 즉각적인 실현 가능성과 수익성을 요구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시 한 번 비약과 조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