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피털원-디스커버 합병 최종 승인…신용카드 시장 판도 뒤흔든다

| 김민준 기자

연방 규제 당국이 캐피털원(COF)의 디스커버(DFS)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미국 신용카드 시장을 뒤흔들 대형 합병이 현실화됐다. 이번 거래로 고객 미결제 잔액 기준 업계 1위 신용카드사가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결합은 신용카드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결정적 분수령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당 합병은 지난해 발표된 이후,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해당 합병이 신용 점수가 낮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신용카드 선택지를 줄이고, 금리 경쟁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연준과 통화감독청(OCC)은 이러한 우려를 기각했다. 이들은 전체 시장 내 경쟁이 여전히 유지될 것이며, 서브프라임 차주를 겨냥한 카드 공급도 여전히 다수의 업체에 의해 제공되고 있어 독점 우려는 낮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각각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신용카드 대출 순위 4위(캐피털원)와 5위(디스커버)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기업의 신용카드 미결제 채무를 합치면 약 2,500억 달러(약 360조 원)에 달하게 되며, 이는 단숨에 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디스커버의 자체 결제 네트워크 역량은,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여서 캐피털원 입장에서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리처드 페어뱅크 캐피털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이 "양 사의 경쟁 우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결정적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디스커버의 가장 큰 강점은 자체 결제망을 통한 수익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국커뮤니티재투자연합(NCRC)은 규제 당국이 오판했고, 이번 결정을 통해 경쟁이 약화될 것이라며 주 법무장관들의 추가 개입을 촉구했다. 다만 법무부는 내부 검토 결과, 해당 합병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 연준 공식 발표에서도 법무부가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형 은행 간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당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캐피털원-디스커버 거래가 일종의 선례가 되어, 유사한 형태의 대형 합병을 노리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