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주택 건설사 D.R.호튼(DHI)이 올해 봄철 주택 성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실적 난조로 인해 연간 매출과 주택 완공 전망도 하향 조정됐지만,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리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D.R.호튼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주당순이익(EPS) 2.58달러, 매출 77억 3,000만 달러(약 11조 1,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2.88달러의 주당순이익과 80억 4,000만 달러의 매출을 모두 하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 순주문 건수는 2만 2,437채, 완공 주택은 1만 9,276채로 전년 대비 각각 15% 감소했다. 월가에서는 각각 2만 6,384채, 2만 205채 수준을 예상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비드 올드 회장은 “주택 구매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이어지며 기대보다 느린 출발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최근 주택 구매 여건의 악화와 소비자 신뢰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내 전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년 고정 기준 7% 안팎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규 주택 구매 수요 역시 눈에 띄게 위축된 상태다.
D.R.호튼은 이러한 시장 흐름을 반영해 연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3조 6,000억~3조 7,500억 원 규모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는 3조 3,300억~3조 4,800억 원으로 낮췄다. 완공 주택 수 역시 종전 9만~9만 2,000채에서 8만 5,000~8만 7,000채로 수정했다.
실망스러운 실적과 하향된 가이던스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확대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회사는 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기존 26억~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로 상향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는 추가로 50억 달러 규모의 새 자사주 매입 계획도 승인했다.
이날 장 초반 D.R.호튼 주가는 2% 넘게 반등하며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다만 연초 대비 여전히 16% 하락한 수준이며, 주택 건설 업계 전반이 미국 정부의 ‘관세’ 우려로 원자재 비용 상승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당분간 미국 주택 구매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영향과 금리의 장기 고착화 가능성,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일부 건축 자재에 대한 추가 관세 정책까지 더해지며 당초 기대됐던 주택 시장 온기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