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한다 하더라도, 그 앞길에 복병처럼 도사리는 또 다른 위협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경기가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는 경제적 이중고를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소비자 가격 상승과 성장 둔화가 맞물리며 미국 가계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내부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관세는 직접적으로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 창출력이 위축되면서 고용 시장도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준의 관세는 1970년대와 코로나19 때처럼 공급 충격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경제는 일부 살아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되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힐지 몰라도 경기는 더욱 위축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연설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대응 시나리오이며, 통화정책 자체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린지 피엑자 씨티펠 금융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고용이 뒷받침된다면 미국이 기술적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지만, 경제성장은 사실상 0에 가까운 모습이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화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욱 우려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경기침체보다 더 큰 위협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고착화”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미국이 겪었던 고물가·저성장 국면은 ‘고통지수’라는 용어를 낳았을 정도로 극심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운 이중고가 수년간 이어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책 압박과 공급 병목이 재현된다면 당시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단기적 자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부담을 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라는 절벽을 피해간다 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