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월가 '금 쇼핑' 1위에 올라

| 김민준 기자

금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약 3,350달러(약 482만 원)까지 급등하며 하루 동안 3%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번 급등은 AI 반도체 대표주자인 엔비디아(NVDA)가 미중 갈등 확산으로 분기 실적이 약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 나온 결과다. 증시 전반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이미 25% 이상 급등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 확대’ 방침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금을 향한 투자를 자극한 것이 주된 이유다. 미국-중국 간 무역 마찰이 격화되는 가운데, 금 ETF에는 1분기 내내 순유입이 지속됐다. 2월 말과 3월 말에는 수요가 지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조사에 응한 운용사 중 49%는 ‘금 매수(롱 포지션)’가 현재 월가에서 가장 붐비는 거래라고 응답했다. 이는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매그니피션트 세븐’ 주식 매수가 주요 전략 1위에서 밀려난 결과이기도 하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자산과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의 투자 매력도는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금광 기업들의 주가 역시 금값 상승과 함께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몬트(NEM)와 배릭골드(GOLD)는 16일 장중 금 가격 상승에 힘입어 동반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UBS는 “금광 기업의 과거 재무ㆍ운영 효율성 문제는 인정하지만, 현재와 같은 금 강세장에서 주가 반등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금협회(WGC)도 상승세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최근 몇 년 동안 금 수요를 견인해 온 핵심 변수였으며, 이런 흐름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내 전체 ETF 자산 가운데 금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6% 수준에 불과해, 2011년 7.6%에 달했던 강세기와 비교하면 아직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백악관의 90일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급등세에 대한 부담도 경고하고 있다. 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금값 과열에 따른 투자자 수요 위축, 유동성 위기 가능성, 그리고 미중 간 무역협상이 진전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돼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값이 지나치게 높아 일부 투자자들이 마진콜 충당을 위해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상승세에 대한 강한 반론이자 향후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다.

이처럼 금 투자가 다시 월가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향후 경제지표와 미중 외교 동향, 관세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금값의 향방을 가를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