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의 예상 중간값은 향후 12개월 내 침체 가능성을 45%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 1월 조사 당시의 20%에서 급등한 수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관세 조치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부터 연이어 발표한 대외 무역관세는 미중 무역 긴장을 높였고, 이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비용 압박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연착륙' 기대는 약해지고, 저성장과 고비용이 맞물리는 '경기후퇴'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독립 경제분석가 에이미 크루즈 커츠는 향후 1년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99%로 봤다. 그녀는 최근 몇 개월간 중소기업과 신용관리 전문인들 사이에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사업체가 파산 절차 없이 아예 사라지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츠가 담당하는 전미신용관리자협회의 지수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 경제는 성장 중이지만, 속도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게 발표·철회되는 점도 기업 경영에 극심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미 해상 운송 중인 제품들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소 수입업체는 불가피하게 긴급한 재정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유동성 압박까지 가세할 경우 고용 축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앨런 시나이는 경기후퇴 가능성을 20%로 판단했다. 여전히 고용 시장이 견조하고, 소비 흐름도 과거보다는 탄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3월 기준 4.2%로, 역사적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나이는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반등한 점을 들어 소비 심리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해 조기 구매에 나선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인 지출 여력과 심리는 견실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양측 모두 소비자 심리의 향방이 향후 경제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가계가 물가 상승, 고용시장 안정성에 대해 불안을 느껴 지출을 중단할 경우, 현재의 경제적 균형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직접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나 대규모 실업 조짐은 없지만, 외부 충격이 임계점을 넘는다면 불안정한 흐름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 후퇴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향후 소비자 반응과 고용 시장의 회복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당분간 미국 경제는 예측 불허의 정책 환경 속에서 적응력을 시험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