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소매판매 1.4% 급증…트럼프 관세 앞둔 '사전 소비' 효과

| 김민준 기자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지표가 나왔다. 3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1.4% 증가하며 202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전체 소매판매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관세 인상에 대비한 사전 소비가 주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건축자재, 스포츠용품 판매 부문에서 두드러진 상승세가 나타났다. 자동차 부문은 한 달 새 5.3%나 증가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전면적인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소비자들이 앞다퉈 차량을 구매한 영향으로 보인다. 웰스파고 소속 경제학자들은 "일부 가계가 관세 부과 전에 대형 소비를 서두르고 있다"며, 자동차가 최근 수년 내 가장 빠른 속도로 딜러 매장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소비 급증에도 불구하고 월가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선구매 효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경기에 대한 부정적 요인을 정면으로 피하며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BMO 이코노믹스는 “보기 드물게 강한 소매판매 수치를 만났다”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폭은 0.5%로 집계돼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식당과 바 매출도 1.8% 상승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외식 수요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는 소비심리를 다시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향후 여러 국가를 겨냥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물가 상승과 가계 부담 심화로 소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부문이 당분간은 관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내셔와이드 파이낸셜 마켓의 이코노미스트 오렌 클라치킨은 “앞으로 한두 달은 견고한 소매 지표가 이어질 수 있지만, 사전 소비는 결국 끝이 난다”며, “소비자들은 조만간 관세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