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추락, 에르메스가 웃었다…명품 왕좌 교체

| 김민준 기자

프랑스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명품 브랜드 자리를 에르메스에 내줬다. 판매 부진과 더불어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이 겹치며 LVMH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 증시에서 LVMH 주가는 전일 대비 약 8% 급락했다. 반면, 경쟁사 에르메스 주가는 0.2% 상승해 희비가 엇갈렸다. 이 여파로 에르메스는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자리를 LVMH로부터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CNBC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시가총액은 약 2,464억 유로(약 398조 원)로, LVMH의 2,441억 유로(약 394조 원)를 앞질렀다. 올해 들어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에르메스는 소폭 상승한 반면, LVMH는 약 25%가량 가치가 증발했다.

루이비통, 티파니 등 고급 브랜드를 소유한 LVMH는 1분기 매출에서 전년 대비 약 2%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핵심 소비층인 ‘열망형 고객층’의 수요 위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콜에서 "외부 환경에 대한 가시성이 낮고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향후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경제 상황이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열망형 고객층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최근 몇 주간 이와 관련된 영향이 일부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이 제기한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해 90일간 유예가 진행 중이지만, 명품 산업 전반에는 무역 마찰에 따른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 카바니스 CFO는 "관세가 어떤 형태로든 부활하게 되면 브랜드별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며 각 브랜드가 자율적으로 비용 부담을 조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LVMH의 시가총액 하락은 단순히 실적 한 분기 부진이 아니라, 럭셔리 산업 내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고급 브랜드의 성장 전략과 포지셔닝에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