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소매판매 1.2%↑…고율 관세 앞둔 소비자들, 지갑 열었다

| 김민준 기자

3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우려 속에 자동차와 각종 소비재를 서둘러 구매하면서 일시적인 소비 회복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경고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추정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가 진행한 설문을 통해 확인됐으며, 공식 발표는 오는 수요일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수치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 ‘관세’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부터 발효한 광범위한 수입 관세 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이 예상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3월에 구입을 앞당겼다는 해석이다.

BMO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콧 앤더슨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구매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고가 소비재에서 이러한 반응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반등의 핵심 요인은 자동차 판매였다. 3월 초부터 자동차 구매가 급증해 2021년 4월 이후 최고 월간 판매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예고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 조치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하면 나머지 소매판매는 단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특정 품목에 국한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고무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신중하다. 웰스파고는 이번 반등이 올해 1분기의 전반적인 부진을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분기는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의 소매판매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지출이 전반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정체되고 있는 상태”라며 “관세 변수는 향후 경기 모멘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심리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잇따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와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방대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대부분은 최근에야 본격 시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만으로도 소비 활동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인 팀 퀸런과 섀넌 그라인은 “소비자들의 낙관심 악화는 당장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경제 전반에는 분명한 부담 요인”이라며 “향후 소비 지출이 장기간 정체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3월의 소비 회복은 수요 선반영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판매 호조가 소매판매 증가를 견인했지만, 이는 구조적인 성장이라기보다는 관세 압박에 따른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될수록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연말로 갈수록 소매업계에도 ‘후유증’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