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 코스피처럼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이른바 '상장빔' 현상을 제도권 내에서 제어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시도로,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주도 아래 마련된 '가상자산위원회'는 오는 5월 1일 제4차 회의를 열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수립한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사이드카 개념을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사이드카란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며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로, 주식 시장에선 프로그램 매매 과열 방지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상장 이후 단기간에 과도한 가격 변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거래를 일정 시간 정지시킬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의 '가상자산 시장 업무 규정' 제3조에는 이상거래 발생 시 거래 중지 조항이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DAXA는 자율규제 차원에서 이 조항을 실효성 있게 반영하고, 각 거래소마다의 내규 도입을 유도할 예정이다.
사이드카 도입과 함께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현금화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간다. 지정기부금단체 및 대학 등 공익기관의 보유 암호화폐를 합법적으로 매도할 수 있도록 실명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될 계획이다. 이로써 서울대 등 4대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부 형태의 암호화폐 자산이 상반기 중 현금화될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이번 모범사례 개정은 단순한 규제 도입이 아니라 시장 내 자율적 정화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현재 거래소들은 '유의종목' 제도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 리스크가 감지된 코인에 대해 소명 절차를 거쳐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이 제도만으로는 실효적 제재가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거래를 일정 시간 멈추는 사이드카 제도가 현실화되면 시장에 보다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를 이끄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이드카 제도를 모범사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할 경우 금융당국 역시 이를 권고사항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등도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 도입에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글로벌 기준으론 유례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이드카는 시세 조작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24시간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보다 성숙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화 작업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금융당국과 민간이 공조해 자율규제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