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더 안전하게 관리해준다'며 지인에게 맡긴 뒤 빼돌린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씨(34) 등 4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트코인 45개, 현재 시세로 약 60억 7천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와 공범 B씨(31)는 피해자와 오래 알고 지낸 관계였다. 이들은 "가상자산은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안전하다"고 피해자를 설득했다. 이어 '니모닉 코드'를 종이가 아닌 철제판에 새기는 작업을 도와준다며 코드를 암기하도록 유도했다.
니모닉 코드는 전자지갑 복구 키 역할을 하는 12~24개 영어 단어 조합이다. 코드만 있으면 가상자산을 다른 기기에서도 복원할 수 있다.
피해자는 이 말을 믿고 관련 작업을 A씨 일당에게 맡겼고, 니모닉 코드도 불러줬다. 하지만 A씨 일당은 이 대화를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했고, 1년 뒤 피해자의 전자지갑에서 비트코인을 빼돌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태국인 공범까지 끌어들여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비트코인을 여러 번 나눠 이체하는 '믹싱' 방식으로 추적을 피했고, 일부 비트코인 20개는 태국 암시장에서 바트화로 환전해 자금 세탁했다.
경찰은 약 10개월간 추적해 태국인 공범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고, A씨도 지난 4월 17일 검찰에 구속 상태로 넘겼다. 빼앗긴 비트코인 중 25개는 회수됐으며, 남은 암호화폐도 몰수해 추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신뢰를 악용한 사회공학적 해킹 사례”라며 “니모닉 코드를 남과 공유하는 건 디지털 금고의 열쇠를 넘기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