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고위험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며, 실험적 법률 체계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더블록(The Block)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고도로 자격을 갖춘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동 설립할 예정이다. 해당 거래소는 '실험적 법률 체계(Experimental Legal Regime)'의 일환으로 운영되며, 기존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 금지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불법 거래를 음지에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투자 자격은 보유 자산이 1억 루블(약 120만 달러) 이상이거나 연소득이 5000만 루블(약 60만 달러) 이상인 경우로 제한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번 실험적 제도의 도입 목적이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제공 기준을 마련하며, 높은 위험 선호도를 지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경로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적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첫 번째 공식적 시도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암호화폐 결제를 전면 금지한 이후에도, 암호화폐를 국제 무역이나 제재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석유 기업들이 중국, 인도와의 거래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사용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은 지난 2월 러시아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였으며, 이 거래소는 이미 2022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제재 상황 속에서도 자국 내 암호화폐 생태계를 일정 부분 제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