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호화폐 수사 거물 대신 SEC 출신 클레이튼 지명… 정치 충돌 불붙다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이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 인준이 무산되자, 뉴욕 남부지검 임시 연방 검사로 임명됐다. 임명 사실은 22일(현지시간) 공식 확인됐으며, 상원의 절차적 관문인 ‘블루 슬립’ 제도가 클레이튼의 정식 인준을 저지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임명은 클레이튼이 지검장으로 지명된 지 약 5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는 그동안 FTX 공동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를 유죄로 이끈 데미언 윌리엄스(Damian Williams)를 대신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FTX 뿐 아니라 여러 고위험 암호화폐 관련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클레이튼의 후임이자 경쟁자였다.

클레이튼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공공 안전을 확보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을 지키며,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노인 등 취약 계층을 겨냥한 사기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디지털 자산 관련 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응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한편, 클레이튼의 임시는 최대 120일간 가능하며, 이 기간이 지난 뒤에는 상원의 인준을 받거나 맨해튼 연방법원으로부터 한시적 연장을 받아야 계속 근무할 수 있다. 현재 그가 임명된 뉴욕 남부지검은 암호화폐 관련 주요 형사 사건의 중심 무대로 꼽히기에, 그의 역할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사 과정에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는 블루 슬립을 발동해 인준 표결 자체를 막았다. 블루 슬립은 각 주 연방 상원의원이 자국 내 검사 및 판사후보자 지명을 저지할 수 있는 제도로, 이번 경우처럼 정치적 견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클레이튼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제출된 모든 요청을 성실히 이행했다”며 슈머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클레이튼 체제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은 향후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한 연방 검사 선임 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