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IMF 물가·성장 전망 수정에 안전자산 수요 급증

| 유서연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상향하고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비트코인이 9만 달러를 돌파하며 ‘디지털 금’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전통 금융시장과의 '디커플링'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직후 9만 달러를 돌파하며 7주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1.8%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1.9%에서 3%로 상향했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9만 달러를 상회하며 상승했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ETH), 솔라나(SOL)도 각각 5% 안팎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비트코인 상승을 전통 금융시장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미니(Gemini)의 기관 영업 디렉터 패트릭 리우(Patrick Liou)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판과 무역 협상 불확실성 속에, 미국 시장에서 벗어나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날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한 반면, 비트코인과 금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하루 동안 3억814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달러지수(DXY)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QCP캐피탈은 "금과 비트코인은 지금처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때 가장 주목받는 자산군"이라며, "현재 시장은 위험 회피 자산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베른스타인(Bernstein)도 "연간 25% 상승한 금의 흐름은 비트코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는 디커플링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윈터뮤트(Wintermute) OTC 트레이더 제이크 O.는 "이번 상승은 달러 약세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DXY가 반등하면 비트코인과 주식 간 디커플링은 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IMF의 수정 전망 이후 시장은 금리 정책, 미중 무역 협상, 달러 가치 흐름 등을 핵심 변수로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독립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입지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