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보고서 경고… 동남아 범죄조직, 자체 암호화폐로 35조 원 세탁

| 김민준 기자

동남아 전역에서 활동 중인 조직범죄 세력들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범죄 수익 세탁 규모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암호화폐 인프라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네트워크, 거래소를 구축하면서 은닉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범죄조직은 새로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직접 설계해 구축함으로써 기존 금융망의 감시를 회피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감시 수준이 다른 점을 악용해, 복잡하게 얽힌 거래 구조를 구성하며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오왕(Haowang)’으로 이름이 바뀐 전 ‘후이완 보증(Huione Guarantee)’ 플랫폼이 꼽힌다. 이 플랫폼은 지난 4년간 240억 달러(약 35조 40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연루시킨 사기 거래를 지원한 정황이 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하오왕은 중국어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폐쇄형 암호화폐 거래 생태계로, 가짜 투자 상품이나 연애 사기 등과 연계돼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UNODC는 이 같은 디지털 금융 도구의 무분별한 남용이 국가 안보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계자는 “국제공조 없이 개별국가의 규제만으로는 이런 맞춤형 범죄 시스템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함께 범죄 세력의 전술도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관련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법 집행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