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암호화폐 규제 소송 조건부 중단…신임 위원장에 눈 쏠린다

| 김민준 기자

미국 연방 판사가 암호화폐 로비 단체 디파이 에듀케이션 펀드와 18개 공화당 주 검찰총장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조건부 잠정 중단을 명령했다. 양측 모두 새로운 SEC 수장이 취임함에 따라 소송의 실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법원이 이에 따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켄터키 연방지방법원의 그레고리 밴 테이튼호브 판사는 지난 4월 16일 해당 사건에 대해 60일간의 '스테이'(일시 중지)명령을 내렸고, SEC 측이 지난 3월 중순에 접수한 문서에서 "SEC 수장 교체로 인해 사건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판사는 또한 양측이 30일 이내에 사건 경과를 공동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이달 초 새 SEC 위원장으로 임명된 인물은 암호화폐 친화 성향으로 알려진 폴 앳킨스(Paul Atkins)다. 그는 월가 출신 고문이자 암호화폐 지지 단체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는 인물로, 이번 임명으로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위원장과 마크 우예다(Mark Uyeda) 직무대행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선으로 알려진 그의 취임은 SEC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공화당 주 검찰총장 18명이 디파이 에듀케이션 펀드와 함께 제기한 것으로, SEC가 의회의 허가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주정부의 규제 권한을 침해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소장에는 “SEC는 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잇따른 집행 조치를 통해 주정부로부터의 규제 권한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려 했다”는 구절이 포함됐다.

원고에는 네브래스카, 테네시, 와이오밍,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아이오와, 텍사스, 미시시피, 오하이오, 몬태나,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플로리다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주 검찰총장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기존 SEC의 암호화폐 규제 기조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사건의 잠정 중단 결정으로 폴 앳킨스 신임 위원장이 추후 어떤 정책 방향을 제시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SEC 지도부가 이전과는 다른 기조로 전환할 경우, 소송이 철회되거나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