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벤처스, 침체장 속 2,600억 원 유치…친트럼프 정책 수혜?

| 김민준 기자

암호화폐 벤처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마이클 노보그라츠(Michael Novogratz)가 이끄는 갤럭시 벤처스 펀드(Galaxy Ventures Fund I LP)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펀드가 이달 말까지 약 1억7500만~1억8000만 달러(약 2,555억~2,628억 원)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미 애초 목표였던 1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번 자금은 향후 30개 안팎의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결제 시스템과 스테이블코인에 중점을 둔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자산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갤럭시가 이런 성과를 이룬 것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정부의 친산업 정책이 벤처 펀드 운용 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디지털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밈코인 열풍,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같은 시장 유인은 존재했지만, 이들 요소가 벤처 자본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2024년 역시 암호화폐 벤처 시장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벤처 투자는 총 115억 달러(약 16조7,900억 원), 총 2,15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23년의 100억 달러보다 상승했으나, 2022년의 300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2025년 1분기 기준 미국 내 암호화폐 관련 VC 투자는 전년 대비 22%나 하락한 약 13억 달러(약 1조8,980억 원)로 줄어든 것으로 피치북(Pitchbook)은 밝혔다.

이처럼 암호화폐 분야의 성장성이 주춤한 사이, AI 스타트업은 전체 글로벌 벤처 투자금의 약 58%를 가져가며 주도권을 빼앗아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1분기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벤처 투자 총액은 48억 달러(약 6조9,960억 원) 수준으로 2022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 중 절반 가까운 20억 달러(약 2조9,200억 원)는 아부다비의 투자사 MGX가 바이낸스에 투자한 단일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거래 건수 대비 실제 투자 확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암호화폐 벤처 생태계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단일 메가딜이 아닌 중·소형 스타트업에 대한 균형 잡힌 자금 흐름이 필수라는 점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갤럭시 벤처스 펀드의 투자 전략 역시 이러한 시장 구조 전환을 선제적으로 타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