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AI칩 수출 제한…AI 테마 코인 시총 3.7% 급락

| 김민준 기자

엔비디아(NVDA)의 AI 칩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AI 기반 암호화폐 토큰 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엔비디아의 위축 가능성이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2026 회계연도 1분기에 약 55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사의 AI 칩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지로 수출하는 데 대해 새로운 라이선스 요건을 부과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번 규제는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H20' 칩을 포함하고 있어 파장이 크다. 해당 칩은 기존 제한 아래에서도 중국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허용된 최첨단 제품으로, 딥시크(DeepSeek) 같은 중국 기업이 AI 모델 훈련에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 당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향후 4년간 수억 달러를 들여 일부 AI 칩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시 발표 직후인 15일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6.3% 하락해 105.10달러를 기록했으며, 연초 대비 약 16.5% 가까이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AI 테마 암호화폐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 소식이 전해진 뒤 24시간 만에 AI 관련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7% 감소해 약 201억 달러(약 29조 4000억 원)로 줄었다. 거래량도 함께 감소하면서 수요 부진이 확인됐다.

시가총액 기준 최대 AI 암호화폐인 NEAR 프로토콜(NEAR)은 하루 동안 5.3% 하락했으며, 인터넷컴퓨터(ICP), 렌더(Render), 세이(SEI), 버추얼스 프로토콜(Virtuals Protocol), 아카시 네트워크(AKT) 등 주요 AI 토큰들도 5~12%선의 낙폭을 기록했다.

과거에도 엔비디아와 관련된 뉴스는 AI 암호화폐 시장에 민감하게 작용해왔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반독점 조사를 개시한다는 소식만으로도 AI 암호화폐 시총은 하루 만에 14% 이상 급락한 바 있다. 반대로 엔비디아 주가가 랠리를 펼칠 때는 AI 테마 토큰들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낙폭은 기술적 분석 신호도 한몫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 차트에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데드 크로스’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중장기 하락 전환을 의미하는 약세 신호로, 지난 2022년 4월에도 같은 패턴 이후 6개월간 주가가 약 50%나 빠진 전례가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對중국 관세 강화 기조 역시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알파벳(GOOGL), 아마존(AMZN)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하며, IT·AI 중심의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가 단기적으로 AI 테마 토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기술력 중심의 장기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회복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