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압수한 비트코인(BTC)을 자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법적 기준이 미비해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칫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암호화폐 압수 자산을 민간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현금으로 환전해 지방재정을 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말까지 지방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15,000BTC로, 시가 기준 약 14억 달러(약 2조 44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방정부에 상당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 및 거래소 운영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압수 자산 처리에 대한 명확한 법률이 없어 각 지방이 제각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한 처리 방식’은 부정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중국 정법대학 천스 교수는 "현재 방식은 중국이 금지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 행위와 일부 충돌하는 임시방편"이라며 법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약 194,000BTC, 즉 약 160억 달러(약 23조 3,600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단위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내 암호화폐 관련 범죄 증가세와도 무관치 않다. 온라인 사기, 불법 도박, 자금세탁 등 통해 정부가 압수한 암호화폐 물량이 급증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암호화폐 연관 자금세탁 사건으로 3,000명 이상이 기소됐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압수 암호화폐를 직접 관리하거나, 해외 매각 대신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비축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선전 소재 법률 전문가 궈즈하오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며, 전략적 비축용으로 전환하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홍콩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해시키(HashKey)의 공동대표 루하이양 역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시행하고 있는 전략처럼 중국도 비트코인을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 환경을 활용해 주권형 암호화폐 펀드를 조성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 긴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및 산업 육성 계획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안정한 위안화 가치와 자본 유출 가능성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여러 인사는 중국의 보복관세 정책이 위안화 환율을 압박하고,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로 자산을 옮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