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원 X계정 해킹… 가짜 '하원 코인' 암호화폐 홍보에 악용

| 김민준 기자

영국 하원의 리더이자 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인 루시 파월(Lucy Powell)의 X(옛 트위터) 계정이 해킹돼 사기성 암호화폐 홍보에 악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15일(현지시간) 파월 의원의 계정에서는 '하원 코인(House of Commons Coin, HOC)'이라는 이름의 토큰에 대한 홍보 게시물 여러 건이 잇따라 올라왔다. 삭제되기 전 해당 글은 해당 토큰을 “커뮤니티 주도 디지털 화폐”라고 소개하며 투자 링크를 포함해 게시됐다.

파월 의원실 관계자는 BBC에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계정 보안을 복구하고 허위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탈중앙 거래 데이터 플랫폼 덱스스크리너(DEX Screener)에 따르면, HOC 토큰은 파월 계정을 통한 노출 후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시가총액은 최고 약 2만 4천 달러(약 3천 5백만 원)에 불과했고, 전체 거래는 736건, 누적 거래량도 7만 1천 달러(약 1억 원)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원이 암호화폐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암호화폐를 지지하거나 직접 홍보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 직전 밈코인 출시와 홍보에 참여하면서 정계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불렀다.

이와 유사하게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elei) 대통령도 ‘리브라(LIBRA)’라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홍보한 후 토큰 가치가 폭락하며 정치적 파장을 겪고 있다. 이 사안은 현재 아르헨티나 국회에서 공식 조사까지 촉발시킨 상태다.

한편 파월 의원 계정 해킹 사건은 지난 3월 가나 대통령 존 마하마(John Mahama)의 X 계정이 공격받은 것과 유사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당시 해커들은 이틀간 계정을 장악한 뒤 ‘솔라나프리카(Solanafrica)’라는 사기 암호화폐를 대통령 공식 계정을 통해 홍보했다. 게시물에는 솔라나 네트워크와 가나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하면서 “대륙 전역에서 빠르고 무료 결제 제공”이라는 문구까지 포함돼 있었다.

마하마 대통령 측은 사흘 후 계정 보안을 회복했으며 대변인 크와키 오포수(Kwakye Ofosu)는 “현재 계정은 정상적으로 복구됐고, 암호화폐 관련 의심스러운 게시물은 모두 무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