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C '결산보고', 어떻게 암호화폐 신뢰를 세우는가

| 김민준 기자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인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세계를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다. 하지만 ‘1:1 가치 고정’이라는 약속은 발행사의 주장만으로는 믿기 어렵다. 이를 검증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스테이블코인 결산보고(attestation report)’다.

결산보고는 회계법인이 특정 시점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실제로 발행량만큼의 담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공식 문서다. 이는 감사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특정 사실만을 제한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예컨대 “현재 시점 기준 이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자산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증명하는 일종의 회계적 ‘스냅샷’이다.

이러한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결제 수단, 디파이 담보, 크로스보더 결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특히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신뢰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담보 자산이 부실하다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위험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은 업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정기적인 결산보고를 제공하면서 규제 측면에서도 마이카(MiCA) 법안을 선제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USDC 보고서는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가 검토하며, 공개된 명세에는 발행량, 자산 구성, 보관처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

2025년 2월 기준 결산자료에 따르면 서클은 56억 2,800만 달러(약 8조 2,650억 원)의 USDC 발행에 대해 56억 3,500만 달러(약 8조 2,870억 원)에 달하는 실질 담보 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 자산은 미국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실물 현금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구성되며, 전액이 서클의 일반 운영 자금과는 분리 보관된다.

보고서에는 실질 사용이 불가능한 토큰도 별도로 명시된다. 예를 들어 기술적 문제로 동결된 토큰이나 테스트용으로 발행된 가짜 토큰은 전체 유통량 산정에서 제외된다. 2025년 2월 말 기준으로는 FLOW 체인에서 영구 동결된 USDC 99만 3,225개가 제외됐다.

투자자가 결산보고서를 읽을 때는 몇 가지 핵심을 살펴야 한다. 보고 기준일, 전체 유통량과 담보 자산의 일치 여부, 자산의 구성과 보관처, 회계법인 서명 등이다. 특히 담보 자산으로 불확실한 항목이 포함돼 있거나 별도 설명 없이 유통량이 담보보다 많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는 스테이블코인 보고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 ‘2025년 기준안(2025 Criteria)’을 발표했다. 이 기준은 환급 가능한 토큰과 불가능한 토큰 구분, 자산 구성의 명확화, 법적 리스크 공개 등을 요구함으로써 발행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이 기준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도 중요한 평가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결산보고는 만능이 아니다. 특정 시점만을 반영하며 미래 유동성이나 경영 리스크는 포함하지 않는다. 보고 이후 유동성이 악화될 수도 있고, 인출이 급증할 경우 실시간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결산보고 외에도 법률 고지, 보안 리스크 등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 결산보고는 단순한 숫자 문서가 아니라, 암호화폐 생태계의 신뢰를 판단하는 ‘지도’ 역할을 한다. 보고서 구성과 검증방식에 대한 이해는 개인 투자자, 디파이 개발자, 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암호화폐 참여에 앞서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세계를 잇는 중심축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결산보고의 신뢰도와 정기성, 그리고 기준 표준화는 시장 안정성과 직결된다. 단기적인 가격보다 투명성과 책임 있는 운영이 장기 생존의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결산보고는 단순한 절차 이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