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금융 시스템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비트코인(BTC)과 실물자산 토큰화(Real-World Assets, RWAs)처럼 국가 통화 가치 하락의 영향을 덜 받는 대체 자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국가에 대해 상호 보복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존 10%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 104%였던 관세를 125%까지 인상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기존의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선,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심각한 균열을 드러낸 계기로 해석된다.
레이어1 블록체인 플룸(Plume)의 공동 창업자 테디 폰프리냐는 "미국과 중국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인플레이션 수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환경에서 주권 통화의 평가절하에 좌우되지 않는 토큰화 신용상품이나 프라이빗 수익형 자산의 매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토큰화 금(gold)의 거래량은 2023년 미국 은행 위기 이후 최고치인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법정화폐 시스템의 위험성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온체인 기준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은 9일 사상 처음으로 총 시가총액 200억 달러(약 29조 2,000억 원)를 넘어섰다. 이중 127억 달러(약 18조 5,400억 원)가 토큰화된 프라이빗 신용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과 같은 유형 자산 외에도 신용기반 수익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업계 전문가는 비트코인의 모멘텀이 정체될 경우,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이 오는 2025년 500억 달러(약 73조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들은 유동성 확보와 제도권 자본 유입이 이 시장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 자산 시장 규모는 450조 달러(약 65경 7,000조 원)로 추산된다.
다만 모든 관세 조정이 장기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투자자 노트를 통해 "현재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관세 위협은 전략적 협상 수단에 가깝고, 단기적인 압박을 통해 타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매크로 인베스터(Global Macro Investor)의 창립자 라울 팔 역시 "이번 관세 조정과 관련된 협상은 미국이 중국과의 실질적인 거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협상의 진전에 따라 암호화폐를 포함한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난센(Nansen)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관세 협상과 그 여파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이 2025년 6월까지 저점을 형성할 확률이 70%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이후 회복 국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