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달러인덱스(DXY)가 100 아래로 하락할 때마다 비트코인(BTC)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미국 국채 매도 증가 속에서 달러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요 분석가들은 또 한 번의 비트코인 강세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4월 9일 보도를 통해 중국 인민은행이 국유은행들에 달러 매입을 줄이고 거래 시 고객 주문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입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달러를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비앙코리서치(Bianco Research)의 짐 비앙코(Jim Bianco)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가 미국 경제를 겨냥해 국채를 대량 매도하고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비앙코는 달러인덱스가 여전히 102 수준을 유지하는 점과 중국이 채권을 매도하더라도 이를 외화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달러 가치에는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2022년 11월 이후 100~110 범위 내에서 움직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달러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DXY가 심리적 지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다. 이 지점은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강세장의 촉매제가 된 바 있다. 2020년 6월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하락했을 당시 비트코인은 약 9개월간 9450달러에서 5만7490달러까지 급등했다. 2017년 중반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됐다.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 미국 기업의 해외 수익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재정적자를 해마다 1조8000억 달러(약 2620조 원) 이상 기록 중인 미국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다. 현재 미국은 연간 16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2150억 달러 상당의 자동차, 2550억 달러의 전자기기를 수입하고 있어, 달러 가치 하락은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테슬라(TSLA), 애플(AAPL) 등 주요 미국 기업의 평균 49%에 달하는 수익이 해외에서 발생하며, 엔비디아(NVDA)나 구글(GOOG)과 같은 빅테크 역시 35% 이상의 매출을 글로벌 시장에서 얻고 있다. 이들 기업의 수익 감소는 증시 조정과 함께 또 다른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설령 달러인덱스가 당장 급락하지 않더라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거나 유동성 확대 조짐만으로도 비트코인에 대한 자금 유입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비트코인이 8만2000달러선을 다시 노릴 수 있을 만큼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용 자산으로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