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 하락 속 선물 거래량 급증… 약세장 신호인가?

| 김민준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최근 7일 사이 약 5.6% 하락하며 지난 11월 9일 이후 처음으로 8만 달러 지지선 아래에서 3일 연속 일일 종가를 기록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는 모양새지만, 파생시장에서는 복잡한 신호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글래스노드는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이 64%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한 달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선물 거래량 흐름을 뒤집은 급격한 변화다. 거래량 증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전체 시장 전망은 단순히 이를 낙관적으로 해석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옵션 및 선물 계약 규모를 나타내는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OI)은 같은 기간 동안 19% 감소했다. 이는 대다수의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을 유지하기보다는 청산하거나 자산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4월 6일부터 8일 사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 청산 규모는 약 20억 달러(약 2조 9,200억 원)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이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 보수적인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을 높인다.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과 거래량 증가는 과열구간 조정 후 반등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결제약정의 동반 감소는 아직까지는 변동성 회피가 우선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선물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이 수렴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이는 약세장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가격과 거래량, 미결제약정이 함께 증가할 경우 매집 단계로 전환 후 중기적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전통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투자자 이탈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S&P500은 불과 한 달여 만에 1년 치 수익률을 반납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유출 규모는 2주간 약 3억 달러(약 4,38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전통 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장기 보유 관점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식 시장 내 대규모 매도세와 달리, 비트코인 ETF 시장의 안정적인 흐름은 일부 기관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해지 수단이자 대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