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트럼프發 관세 파고에도 '디지털 안전자산' 주목

| 김민준 기자

비트코인(BTC)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 국면에서도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입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며 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이 동반 하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7일 오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약 1% 오른 7만9천 달러(약 1억 1,534만 원)를 기록 중이다. 반면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거의 보합세이며, 금 현물 가격은 약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낸스리서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관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자산이 흔들릴 때 비트코인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기보유자의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최근 시장 변동성 와중에도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해당 자산에 대한 확신이 견고하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57개국 제품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추가 관세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P500,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는 1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폭은 더 컸다.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12% 하락했으며,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25% 감소해 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다만 비트코인이 향후 글로벌 무역 분열과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디지털 안전자산'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구축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낸스 측은 보고서를 통해 “상호 관세 압박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비(非)국가 기반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과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상관관계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90일 기준 평균 상관계수는 약 0.12 수준에 그친다. 반면 주식과의 상관계수는 0.32로 다소 높은 편이나, 장기적으로는 이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낸스는 “향후 비트코인이 다시 매크로 자산들로부터 독립적인 흐름을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이 여전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에 대해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8%가 무역 분쟁 시 금을 선호한다고 답한 반면, 비트코인을 선택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장기화되고 중앙집중적인 경제 모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비트코인이 다시 안전자산 프레임에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바이낸스는 “시장의 시선은 이제 비트코인이 허가 없는 글로벌 자산으로서, 주권에 얽매이지 않는 강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