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의 패닉 국면을 맞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주식, 원유, 금 등 주요 자산 전반에 걸쳐 공포에 가까운 매도세가 퍼지고 있다.
7일 기준,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4시간 만에 2400억 달러(약 350조 원) 가까이 증발하며 10% 이상 하락했다. 최근 한 달간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무려 5000억 달러(약 730조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 중 절반가량이 단 하루 만에 유출되며, 시장 전반에 극도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주식시장도 극심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S&P 500 지수 선물은 최근 3일간 15% 가까이 급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코베이시레터는 “3일 동안 -15%면 대공황 수준”이라 평가하면서 금값은 이틀 만에 온스당 180달러 떨어지고, 원유는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수요 붕괴를 반영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며 경제 활동의 마비를 시사하고 있다.
이번 패닉 매도는 미중 간 무역 협상 지연 및 관세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주말 사이 긍정적 신호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의 공식 입장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시장은 '완전한 침묵'이라는 부정적 시그널에 즉각 반응하며 급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도 사태에 대한 질문에 “때로는 쓰라린 약을 삼켜야 할 때도 있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을 내놓았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패닉에 빠졌다. 중국, 대만,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에서는 장 초반부터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 같은 거래 정지는 즉각적인 투매를 방지하는 보호 조치지만, 반대로 공황 수준의 시장 반응을 반영한 결과다.
시장 전문가 라울 팔은 “지금은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나타나는 극한 공포의 냄새가 진동하는 구간”이라면서 “하지만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고 표현했다. 그는 “현금을 찾아 자산을 매수할 기회를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라고 덧붙였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상황은 단기적인 조정 차원을 넘어선 총체적 불안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XRP 등의 주요 암호화폐는 최근까지 신고가를 경신하며 낙관적 분위기를 이어갔던 터라 이번 급락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가 더 이상 ‘디지털 안전자산’이 아니라 리스크 자산으로 재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정책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가 이제는 암호화폐 투자자에게도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