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도 줄줄이 급락

| 손정환 기자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연상시키는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식, 원유, 금 같은 주요 자산군이 일제히 급락하며 투자자들이 대거 현금화에 나서고 있고, 암호화폐 시장도 이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은 하루 동안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현지시간 4월 3일부터 사흘 간 미국 S&P 500 지수는 7.62%, 나스닥은 7.3% 하락했고, 주요 지수 선물은 총 15% 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조정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자산시장의 연쇄 하락은 실물경제의 위축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시장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달 초 71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현재 59.49달러까지 하락하며 불과 며칠 새 11% 이상 빠졌다. 이는 수요 위축을 반영한 것으로, 글로벌 산업 활동 전반에 대한 급격한 위축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원유 하락세는 경기 둔화의 조기 신호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조차 하락세다. 4월 초 이후 금값은 3.17% 떨어져 현재 3,030.505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 수요가 증가하는 패턴과 달리, 이번 하락은 투자자들이 금보다 더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인 '현금'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채권시장은 이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 중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선물은 이달 초 118.59달러에서 120.59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결과로, 시장이 경제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슨트 7'(Alphabet,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지수도 35%나 급락하며 AI 붐으로 형성된 낙관론이 급속히 꺼지고 있다. CNN '공포와 탐욕 지수'는 현재 4를 기록하면서 극단적인 공포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2020년 3월 팬데믹 봉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전방위적 패닉 매도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24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8.6%, 이더리움은 17.2%, XRP는 16.2%, 솔라나는 16.4%, 도지코인은 무려 16.9% 하락했다. 시장 전반에 걸친 유동성 부족과 리스크 회피 심리가 크립토 자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중앙집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동시에, 비트코인(BTC)과 같은 탈중앙화 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매도세가 지배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암호화폐가 *대체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향후 며칠 간의 가격 추이가 시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할지, 혹은 글로벌 자산 매도 행렬에 함께 휩쓸릴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