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고래, 5,000억 원 규모 청산 위기 막기 위해 '긴급 수혈'

| 김민준 기자

거시경제 불안 여파로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한 가운데, 한 익명의 고래 투자자가 3억 4,000만 달러(약 4,960억 원) 규모의 이더리움(ETH) 담보 청산을 피하기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분석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이 고래는 디파이 대출 플랫폼 메이커다오(MakerDAO)에 22만 ETH 규모의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ETH 가격이 1,119.3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해당 포지션 전체가 청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투자자는 10,000 ETH(약 145억 원 상당)와 354만 다이(DAI)를 담보로 추가 입금해 청산 기준가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하루 전 6만 7,000 ETH(약 1억 600만 달러) 규모의 청산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대형 투자자들의 대응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당시 디파이 대출 플랫폼 스카이(Sky)에서는 ETH 가격이 하루 만에 약 14% 급락하면서 과잉 담보 조건 하에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스카이는 최소 150%의 담보 비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으로 청산 여파는 확산 중이다. 코인글래스(CoinGlas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44만 6,000개 이상의 포지션이 청산되며 누적 손실 규모는 13억 6,000만 달러(약 1조 9,850억 원)를 넘었다. 이 중 롱 포지션 청산이 12억 1,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하락장에서의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단일 포지션 기준으로는 OKX 거래소에서 발생한 비트코인(BTC) 청산이 700만 달러로 최대 규모였다.

이번 시장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정책 발표 직후 나타났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일 상호주의 수입 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미국 S&P500 지수는 이틀 만에 사상 최대인 5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고, 암호자산 역시 동반 하락세를 겪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 발표가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져 디지털 자산 재평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컨설팅 업체 MN 컨설턴시의 설립자 미카엘 반데포페는 "이번 발표는 시장 불확실성의 정점을 나타내며, 모든 투자자가 새로운 규칙을 인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매도 구간에서 디지털 자산 매수세가 유입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낸슨(Nansen) 또한 전반적인 시장 저점이 6월 안에 형성될 확률을 70%로 추정하고 있다. 단, 향후 관세 협상 과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