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5개월 최저…트럼프 관세 폭탄에 하루 새 438조 증발

| 손정환 기자

암호화폐 시장에서 하루 새 약 3000억 달러(약 438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며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붕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재점화와 이에 따른 세계 각국의 반격 움직임이 불러온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발생했다.

비트코인(BTC)은 지난주 8만1500달러에서 8만8500달러까지 반등하며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주말 사이 급락세로 전환되며 최근 5개월 내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시아 시장 개장과 동시에 7만7000달러까지 하락했고, 유럽 시장이 열리면서 낙폭은 심화돼 일시적으로 7만4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현재는 다소 회복돼 7만6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시장 전반에 걸친 급등락으로 인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 달러(약 2190조 원)대로 급감했으며, 주요 알트코인들도 대거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은 60.7%까지 상승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알트코인의 낙폭이 더 컸음을 의미한다.

이더리움(ETH)과 XRP는 각각 8~15% 하락하며 주요 자산 중에서도 두드러진 약세를 기록했다. 바이낸스코인(BNB)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이 두 자릿수 비율로 급락했으며, 쿠코인(KCS), 라이트코인(LTC), 아베(AAVE), 무브(MOVE) 및 유니스왑(UNI) 등은 17~22%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전방위 확대 조치와 이에 대응한 주요 교역국의 물류 및 수입 절차 강화 움직임이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를 시사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위험 회피' 심리가 급속히 확산됐다.

트레이딩 플랫폼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증시 선물지수마저 동반 하락하고 있어, 미국 시장 개장 이후에도 추가 하락압력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경제 불안의 조기 경보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폭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의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 금융 긴장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무역 및 경제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방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