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쇼크에 비트코인·이더리움 급락…10억 달러 청산

| 손정환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에 강력하게 반응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동반 급락했다. 특히 중국 증시는 10% 넘게 빠졌고, 일본 니케이225 선물은 급락세로 인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가 미국의 수출입 불균형을 시정하고 정부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라며 단기적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강경한 무역 전략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시장의 충격은 암호화폐 섹터에도 빠르게 파급됐다. 24시간 만에 비트코인(BTC)은 83,000달러에서 77,000달러 이하로 급락했고, 이더리움(ETH) 역시 1,590달러까지 밀리며 11%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는 약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고, 그중 86%에 해당하는 8억 6,500만 달러(약 1조 2,600억 원)는 롱포지션이었다. 청산은 32만 3,000건 이상 발생했고, 기술적 매도세에 따라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암호화폐 분석가 라크 데이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발표를 '블랙스완'이라고 표현하며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단일 관세율 수준에서 시장이 형성되길 기대했지만, 실제 발표 수준이 월등히 높았던 만큼 패닉 매도세가 촉발됐다. 데이비스는 이번 급락을 계기로 시장이 새로운 바닥 형성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편, 디파이 플랫폼에서 발생한 대형 청산 사례도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이더리움 고래는 67,570 ETH(약 1억 600만 달러, 약 1,550억 원) 상당을 담보로 맡겼으나, 가격 급락으로 담보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서 강제 청산됐다. 또 다른 고래는 56,995 WETH를 담보로 설정했으나, ETH 추가 하락 시 연쇄 청산 가능성이 유효하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전략 비축안 등 친디지털 자산 행보를 보이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자산 가격에 상승 압력을 제공했지만, 이번 고율 관세 부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연 셈이 됐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관련 롱포지션에서만 2억 5,000만 달러(약 3,650억 원) 넘는 청산이 발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극심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기술적 과매수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결합된 결과, 글로벌 주식시장부터 암호화폐까지 전방위적인 조정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이제 이 충격이 과연 일시적 노이즈인지, 아니면 새로운 하락 사이클의 서막인지 탐색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