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암호화폐 시장을 강타하며, 전체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월 10일부터 중국은 미국산 전 품목에 3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이 같은 맞불 조치는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를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긴장감이 고조되자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주요 암호화폐는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10% 넘게 빠지며 7만8,000달러 아래로 밀려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 친화적인 인사를 임명하고 디지털 자산 도입을 지지하는 등 친암호화폐 태도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투자자 심리를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900만 달러(약 1,314억 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비트코인은 6.9% 떨어져 7만7,500달러를 간신히 지지하고 있으며, 거래대금은 220% 급등해 44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해당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전날보다 13.5% 급락해 1,550달러까지 밀리며, 연초 대비 53%나 하락했다. 고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포착되긴 했으나, 1,100~1300달러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리플(XRP)은 14.5%, 솔라나(SOL)는 14%, 도지코인(DOGE)은 무려 16% 하락하며 알트코인 시장 전반이 급락세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기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하락 사이클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주기영 대표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실현 시가총액 상승과 전체 시총 정체가 맞물리며 강세장이 종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하락 추세가 최대 6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기 투자자들은 이번 급락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근본적 가치를 여전히 믿고 있다. 비트와이즈(Bitwise)의 헌터 호슬리 CEO는 "국제 신뢰가 약화되고 국가 간 거래가 어려워질수록, 비트코인처럼 중립적이고 경계가 없는 자산이 더 필요해진다"며 "오히려 현재 비트코인의 존재의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