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1분기 12% 하락…기관 매수에도 장기 보유자 매도에 무너졌다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올해 1분기 동안 12% 하락하며 지난 7년 중 가장 부진한 출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세는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비트코인을 매입한 흐름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장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움직임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1분기 동안 기업들은 비트코인 매집에 적극 나섰다. 특히 전략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약 8억 달러(약 1조 1,680억 원)에 달하는 81,785 BTC를 매입하며 시장 내 최대 매수자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전략지의 총 비트코인 보유량은 528,185 BTC로 확대됐으며, 시가 기준 약 45조 6,400억 원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도 1분기 중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테더는 8,888 BTC를 추가 매입해 보유량을 92,646 BTC로 늘렸으며, 이는 약 7조 9,600억 원 규모다. 이외에도 벤처투자사 메타플래닛, 헬스테크 기업 셈러사이언티픽,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더블록체인그룹도 각각 수백~수천 BTC씩을 확보하며 기관 매수 흐름에 동참했다.

2분기에도 비트코인 매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채굴기업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은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20억 달러(약 2조 9,200억 원)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밝혔으며, 게임스탑(GameStop) 역시 15억 달러(약 2조 1,9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BTC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1분기 비트코인은 12% 하락하며 마감됐다. 이에 대해 크립토퀀트는 장기 보유자의 매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투자자군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78,000 BTC 감소해 시장에 강한 매도 압력을 가했다. 이는 기관 매수를 상쇄하고 하락세를 더욱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스폿 ETF 자금도 대규모로 순유출됐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1분기 중 비트코인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최소 48억 달러(약 7조 원)를 넘어섰다. 기관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으로는 매도세가 우위를 점한 셈이다.

2분기 시장의 향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크립토퀀트는 새로운 기관 자금 유입이 기존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압력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보다 균형 잡힌 수요-공급 구도가 형성된다면 비트코인의 회복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