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범죄조직, 암호화폐 이용한 글로벌 지하경제 확장

| 이준한 기자

유엔(UN)이 동남아시아 범죄조직이 스테이블코인과 불법 암호화폐 채굴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며 지난해에만 최대 370억 달러의 금융 피해를 입혔다고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간)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출신 범죄조직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해 잠비아, 나이지리아, 통가 등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암호화폐 채굴, 스테이블코인, 암호화 메시징 플랫폼을 이용해 거대한 지하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베네딕트 호프만(Benedikt Hofmann) 대행 지역대표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조직범죄 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암처럼 퍼져나간다. 당국이 한 지역에서 대처하면 뿌리는 사라지지 않고 단순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캄보디아 기반 플랫폼 후이원 개런티(Huione Guarantee)에 주목했다. 현재 하오왕(Haowang)으로 재브랜딩된 이 플랫폼은 2021년부터 240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처리했으며 97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지원하고 있다. 조사관들은 이 플랫폼이 신원 위조부터 사기 도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규제 감시를 피하도록 설계된 자체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블록체인까지 출시했다고 밝혔다.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이러한 활동 상당수가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암호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연구원들은 후이원의 영향력이 아시아를 넘어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저렴한 전기를 가진 국가에서 불법 채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리비아에서는 채굴 작업이 광범위한 정전에 기여했으며, 이란에서는 테헤란과 다른 지방의 정전과 연관됐다. 동남아시아는 계속해서 불법 채굴의 중심지로 남아있다. 3월에 태국 경찰은 방콕 근처 버려진 건물에서 63대의 불법 암호화폐 채굴 기계를 발견했으며, 30만 달러 이상의 전기가 도난됐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올해 초 주거 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에야 숨겨진 채굴 장비가 발견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2023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사기로 인한 금융 손실이 18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 사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같은 기간 56억 달러의 암호화폐 사기 손실을 보고했는데, 이 중 44억 달러가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 사기 계획과 연관됐다.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여 유엔은 암호화폐 관련 사기를 모니터링하고, 자산 회수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강화하며, 국경 간 정보 공유를 개선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