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트럼프 암호화폐 지지에 '금융 전염' 우려…MiCA 규제력 논쟁

| 김미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암호화폐 산업 지지가 유럽 경제에 '금융 전염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규제법 MiCA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에 대해 ECB의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더블록이 폴리티코(POLITICO)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암호화폐 산업 지지가 유럽 금융 시스템에 '전염(contagion)'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FTX 파산, 블록파이(BlockFi) 붕괴, 테라 루나(Terra Luna) 사태 등 지난 암호화폐 하락장 당시 자주 언급되었던 표현으로, ECB는 미국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확산이 유럽 경제의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ECB는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려는 정책, 즉 STABLE법안과 GENIUS법안이 유럽 내 MiCA(암호자산시장규제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MiCA는 외환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등 유럽 내 금융질서를 보호하려는 최초의 포괄적 암호자산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본격화되면 유럽 역내 발행자들이 외국 투자자의 토큰 상환 요구까지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ECB는 '유동성 위기' 또는 '디지털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ECB의 우려가 과장되었다고 반박하며, 이는 ECB가 자국 내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한 EU 고위 관계자는 ECB가 스테이블코인의 위협을 과도하게 부각시켜 디지털 유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암호화폐 채택을 수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유입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내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럽 내 디지털 금융 규제의 미래 방향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암호화폐 산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통화질서에 얼마나 큰 도전을 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