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딜레마… L2 확장 전략이 되레 ETH 가치 위협?

| 김민준 기자

이더리움의 레이어2(L2) 확장 전략이 되레 이더(ETH)의 가치 축적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낸스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거래 수수료 절감을 목표로 등장한 L2 블록체인들이 이더리움 메인넷의 경제적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최근 이더리움이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과 수수료 수익 면에서 솔라나(SOL), BNB 스마트 체인(BNB) 등에 밀리며 시장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 속도 저하와 높은 수수료, 개발자 및 유동성 자원의 분산, 그리고 L2 확산에 따른 L1 가치 축소가 그 배경으로 제시됐다. 이더리움은 향후 거래 비용 절감과 보안 강화, 장기적 인센티브 설계를 위한 업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지만, 당장의 가치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ETH 가격 급락으로 다시 부각됐다. 지난 4월 7일 ETH는 1,410달러(약 2백 5만 6천 원)까지 하락하며 2023년 3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2월 단기 고점인 4,100달러(약 59억 8천 6백만 원) 대비 61% 넘는 낙폭이다.

다가오는 핵심 업그레이드인 '펙트라(Pectra)'와 '후사카(Fusaka)'도 이러한 단기 가치 축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펙트라는 오는 5월 7일 메인넷에 적용되며, L2 확장성과 스테이킹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수용량을 늘릴 예정이다. 후사카는 2025년 말로 예정된 대규모 업그레이드로, EIP-7594 적용을 통해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구조를 개선하고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이더리움이 데이터 저장 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양날의 검’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기존 메인넷의 수수료 수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으로, 블록 공간을 구매하는 주체가 솔라나나 BNB 체인 등 타 플랫폼으로 이탈할 경우 ETH 가치 축적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 리서치 측은 “기존 L2들의 이용자 및 수수료 기여도가 충분하지 않지만, ‘베이스드 롤업(based rollups)’은 주목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롤업은 메인넷에 더 많은 수수료를 제공하며, 현재 활동 중인 베이스(Base), 아비트럼(Arbitrum), 옵티미즘(Optimism)보다 더 직접적인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더리움과 L2 간 가치 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가 필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MEV(최대 추출 가능 가치) 공유, 수수료 분배 메커니즘, 프로토콜 수준의 통합 등을 통해 ETH 자산 자체에 지속적인 가치를 돌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