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VC) 업계에서 스타트업 가치 평가 방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기반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VC 업계에서는 투자 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보통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하는 ‘시장 기반 가격 책정(market-based pricing)’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방식이 항상 적절하지는 않다. 창업자들은 원하는 평가액을 맞추기 위해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해석하며, 투자자들 역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비교 대상을 선택해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 같은 방식의 허점이 드러난다. 2022년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급락했을 때, VC들은 포트폴리오 내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비교 기반 평가’ 방식을 회피하려 했으며, 이는 창업자들에게 더 불리한 투자 조건이 적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시장 가격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valuation)’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스페이스X, 안두릴, 우버와 같은 기업들은 기존의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혁신적인 모델을 가지고 있었고, 투자자들이 시장 평균이 아닌 독립적 확신을 기반으로 가치 평가를 진행해야 했다.
이처럼 진정한 혁신 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교 가격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성장 가능성, 수익성 및 시장 내 독점적 우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면 투자자들이 기존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독자적인 분석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투자의 핵심은 단순히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공통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